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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이야기 - 웨일라를 기리며.|

  • 이강민
  • |조회수 : 468
  • |추천수 : 0
  • |2017-08-05 오후 10:27:48

1.황12궁 중 염소자리

 

   황도 12궁에 무척 유명한 별자리들이 모여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찾기가 쉽지 않고 별로 주목받지 않는 별자리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염소자리죠.

 

   뜨거운 여름.

   자정을 지나 천정을 지나가는 미리내의 아름다움에 심취할지언정,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염소자리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염소자리에는 아무도 모르는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죠.

 

   황도 12궁을 셀 때 첫 번째 별자리를 꼽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대개는 마치 적경이 춘분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춘분의 별자리인 양자리를 황도 12궁의 첫 번째 별자리로 세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드물게는 염소자리를 첫 번째 별자리로 꼽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역시 염소자리를 첫 번째로 꼽습니다.

 

   이 별자리에는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처절하게 운명과 맞선 

   위대한 신이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이 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는

   염소자리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2. 에리둑의 건설과 빛나는 물의 염소.

 

   세계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메르 도시들 중에서도 최초의 도시인 에리둑이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 강이 합류하는 현재의 이라크 남부에 건설되었죠.


   수메르의 최고신은 ''입니다.

   그림1> 최고신 을 표기하는 수메르 쐐기문자

           이 글자는 최고신 을 의미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지만 

           일반명사로는 하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을 의미할 때는 딩기르라고 읽습니다.

           안을 표기하는 이 글자를 세 개 모아 쓰면 이라고 읽으며 이는 별자리라는 뜻입니다.



   안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죠그의 이름은 엔키입니다.

 

   엔키는 무척 영리하고 똑똑한 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엔키는 안의 서자였죠.

 

   끝내 적자를 보지 못한 최고신 안은 

   비록 서자일지언정 현명하기 이를데 없는 엔키에게 지구를 물려주었습니다.

 

   엔키는 부하들과 함께 지구로 내려와 지금의 이라크 남부갈대가 우거진 늪지대 에리둑에 

   지구 최초의 도시를 건설합니다.


  그림 2> 인류 최초의 도시 에리둑에 건설된 엔키의 신전.

            직사각형 모양을 한 엔키의 신전은 무려 16차례나 개축을 한 흔적이 보이는데

            신전의 최하단 기층부는 무려 7,000 년 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출처 :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49페이지 김산해 저휴머니스트 출판사.

 


   수메르에서 큰 신들은 아눈나키라고 부릅니다.

   아눈나키들을 보좌하며 실무를 담당했던 작은 신들을 이기기라고 불렀죠.


   엔키에게도 엔키를 보좌하는 이기기 신들이 있었습니다.

   엔키를 따르는 이기기 신들은 모두 특별한 신들이었습니다.

   특히 엔키의 수석 보좌관인 웨일라는 아눈나키 신들만큼이나 현명했죠.

 

   그는 엔키를 보좌하며 늪지대에 위대한 도시를 건설한 실무책임자였습니다.

   엔키와 웨일라그리고 엔키를 따르는 많은 이기기 신들의 노고 속에서 

   위대한 수변도시 에리둑이 탄생했죠.

 

   엔키는 에리두를 건설하는데 각별한 공을 세운 웨일라에게 아룰림이라는 칭호를 내리고

   지구상 최초의 왕명록인 수메르 왕명록의 첫머리에 기재하도록 했습니다.

   아룰림은 '빛나는 물의 염소'라는 뜻입니다.


   엔키는 자신을 상징하는 인장을 그릴때마다 자신을 굳건하게 떠받치는 버팀목으로서 

   항상 이 빛나는 물의 염소를 새겨넣도록 합니다.

   엔키는 그만큼 자신의 수석 보좌관인 웨일라를 각별하게 생각했죠.



   그림3, 4> 염소자리에 새겨진 빛나는 물의 염소

              상단 그림은 별자리 그림을 처음으로 종이에 기록한 아랍권 별자리 그림입니다.

               출처 : Marsh144 (http://bodley30.bodley.ox.ac.uk:8180/luna)

               하단 그림은 별자리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카가야가 그린 

               염소자리 그림입니다

               (출처 : http://www.kagayastudio.com/starry/zodiac/10_capricornus/zodiac10.html)

               염소자리에 그려지는 염소는 단순한 염소가 아닙니다.

               상반신은 염소이지만 하반신은 물고기인 독특한 키메라 염소죠.

               이 독특한 상징은 물위에 세워진 위대한 도시 에리둑을 상징하며

               그 이름은 아룰림즉 빛나는 물의 염소입니다.


   그림 5> 우르 3왕조(기원전 2,100년 경)에 만들어진 엔키의 인장.

             엔키가 앉아있는 옥좌가 빛나는 물의 염소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Babylonian Star-Lore" P153, Gavin White, Solaria Publications)



3. 니푸르 유수

 

   엔키의 이름은 땅()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에서 이미 나타나 있듯이 엔키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하늘신인 ''으로부터 땅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예상치 않은 안의 적자가 탄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하늘신 안은 뒤늦게 얻은 자신의 적자에게 엔릴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엔릴이라는 이름은 대기()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엔키에게 주었던 지구의 권력을 거두어들이며 그 권력을 엔릴에게 주겠노라고 선언하죠.

 

   결국 엔키는 자신의 상속권을 박탈당하고 맙니다만 낙담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죠.

   엔키는 에리둑의 지하에 압수라는 궁궐을 짓고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거친 바다로 진출할 

   준비를 합니다.

 

   안의 적자인 엔릴에게는 이러한 이복형 엔키가 항상 신경 쓰이는 존재였습니다.

   접근이 쉽지 않은 늪지대에서 반역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날 엔릴은 엔키의 수족을 잘라낼 묘책을 생각해 냅니다.

 

   땅의 권력을 빼앗은 엔릴은 니푸르에 자신의 도시를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엔릴은 엔키에게 도시 건설이 쉽지 않다고 짐짓 엄살을 부리며 

   에리둑의 건설에 참여하여 도시 건설의 경험이 있는 엔키의 부하들이 니푸르 건설을 도와줄 수 있도록 

   파견해 달라는 부탁을 하죠.

 

   엄연한 정식 상속자인 동생의 요청을 딱히 거부할 명분이 없었던 엔키는 

   웨일라를 수장으로 하는 자신의 이기기 신들을 엔릴에게 파견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니푸르에 도착하자마자엔릴은 이들을 모두 무장해제시키고 가혹한 노역에 동원합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일에 엔키는 엔릴에게 항의했지만 엔릴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엔릴은 자신의 라이벌인 이복형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반역의 싹을 자르는데 성공하게 되죠.



   그림6> 기원전 1300년 경 니푸르의 도시배치를 그린 점토판.

            출처 수메르 신화 P230, 조철수 저서해문집

 

 

4. 반란

 

   웨일라와 동료들은 제대로된 음식이나 잠자리도 제공받지 못한 채로 가혹한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상황이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반란과 탈출을 이야기하는 동료들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하지만 웨일라는 그 때마다 동료들을 다독였죠.

   어쩌면 그런 일들이야말로 엔키의 제거를 노리는 엔릴이 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고된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니푸르가 아무탈 없이 완공만 된다면

   엔릴로서는 자신들을 더 이상 잡아놓고 있을 명분이 없기 때문에 엔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웨일라는 그 때까지 절대 쓰러지지 말고 버티자고 동료들을 다독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니푸르 중심에 건설 중이던 엔릴의 신전 에쿠르의 기단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하필 그 날 기단 공사에는 웨일라와 그의 동료들이 투입되어 있었죠.

   그 사고로 많은 웨일라의 동료들이 목숨을 잃고 맙니다.


   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웨일라는 의도적으로 잘려나간 기단의 버팀목들을 보며 

   이것이 사고가 아님을 직감합니다.

   하지만 웨일라가 이를 항의하기도 전에 웨일라는 엔릴의 신전을 무너뜨렸다는 불경죄로 체포되어 

   매를 맞고 옥에 갇혀버리고 맙니다.


   별빛이 새어들어오는 구덩이 감옥에서 웨일라는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자신들이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죠.

   그리고 봉기만이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웨일라는 감옥에 새어 들어오는 별빛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곳에 게자리의 별들이 한층 밝은 빛을 쏟아내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게자리의 별들은 홍수의 징조를 알려주는 별들이죠.

   수변도시 에리둑을 건설하던 시절 웨일라는 항상 게자리를 살피며 물의 높낮이를 살펴야 했었습니다.


   웨일라는 일주일 이내에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범람할 것임을 직감하죠.

   웨일라는 침착하게 봉기 계획을 수립합니다.

   봉기가 실패한다면 자신과 살아남은 동료들은 물론 엔키까지 위험해질 것이 뻔했습니다.

   따라서 그 봉기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봉기였습니다.

 

   이튿날 웨일라는 엔릴에게 자신을 풀어준다면 무너진 신전의 북쪽 기단을 닷새 내에 복원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닷새 내에 복원하지 못한다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약속했죠.


   엔릴은 코웃음을 치며 닷새 내로 무너진 기단을 복원시키지 못하면 

   약속대로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무너진 신전의 기단을 닷새 내에 다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했죠.

   엔릴로서는 이들을 합법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웨일라와 동료들은 기단 복원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웨일라와 동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단의 높이를 높여갔습니다.

   사실 이들이 쌓는 기단은 신전의 기단이 아니었습니다.

   강의 범람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망루였죠.

 

   운명의 날인 5일째 새벽 범람한 티그리스 강물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미처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웨일라와 그 동료들을 처형할 형틀을 준비하고 있던 엔릴의 부하들이 

   범람한 강물에 휩쓸렸죠.


   웨일라와 동료들은 수변도시 에리둑을 세운물을 다스리는 것에 관한한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범람한 물이 허리높이까지 낮아지자 웨일라와 동료들은 물길을 가르며 엔릴의 부하들을 처치하고 

   엔릴의 처소를 포위하는데 성공합니다.

 


5. 희생


   니푸르의 건설은 중단되었습니다.

   최고신의 적자이자 지구를 상속받은 엔릴은 포위되었습니다.

 

   이기기 신들의 반란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나가고 아눈나키 신들이 소집되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엔키도 있었죠.

 

   엔릴은 한사코 반란을 일으킨 이들을 모두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엔키는 가혹한 노역에 시달린 부하들을 옹호하며 용서를 청했죠.


   두 신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다른 아눈나키 신들은 선뜻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습니다.

   비록 엔릴의 처사에 문제가 있었지만 엄연히 안의 적자이자 지구의 상속자인 엔릴의 주장을 

   감히 거역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닳은 엔키는 웨일라를 만납니다.

 

   그리고 웨일라에게 자신의 명예를 걸고 반란에 참여한 부하들의 목숨을 반드시 지켜내겠으며

   다시는 노역에 시달리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 누군가 한 명은 반란을 일으킨 이기기 신들 전체를 대신해 희생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웨일라는 희생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자신이 되어야 한다면서 

   엔키와 함께 아눈나키 신들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번 반란의 주동자이며 왜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그간 엔릴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아눈나키 큰신들에게 낱낱이 고발하였습니다.


   웨일라의 말에 대부분의 아눈나키 신들은 공감과 동정을 표했습니다.

   반면 엔릴의 분노는 더욱더 커져만 갔죠.

   하지만 엔릴 역시 더 이상 모든 이기기 신들을 처형을 고집할 명분은 없었습니다.

 

   결국 아눈나키 신들은 주동자인 웨일라는 처형하되 나머지 이기기 신들은 용서하는 것으로 

   사태를 정리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웨일라는 엔키에게 동료들의 목숨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약속,

   그들을 고된 노역에서 해방시켜주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형틀에 올라 묵묵히 칼을 받습니다.

 

6. 인간과 이시무드의 탄생

 

   엔키는 웨일라의 피를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누이 닌후르상과 함께 흙을 빚어내고 그 흙에 웨일라의 피를 담아 인간이라 부르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인간들을 이용하여 니푸르의 건설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반란을 일으켰던 이기기 신들은 엔키의 약속대로 고된 노역에서 해방되죠.

 

   수메르 신화에 의하면 인간이 탄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간은 이기기 신들을 대신하여 노동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인간들의 피 속에는 태초의 도시를 건설하고 거대한 신들에 맞섰으며 

   동료들을 위하여 당당하게 칼을 받았던 웨일라의 거룩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피가 발현된 사람들이 오늘 이 순간에도 지구상 곳곳에서 박해받고차별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은 익명의 일반대중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주고 있죠.

   진정한 인간은 바로 지금 이순간에도 그 옛날의 웨일라를 구현해 내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한편 엔키는 남은 웨일라의 피를 이용하여 또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웨일라의 용기와 위엄을 그대로 이어받은 자신의 시종장신을 만들어내죠

   그렇게 엔키의 시종장 신 이시무드가 탄생합니다.

 

   이시무드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엔키의 시종장 신입니다.

   하나의 얼굴은 앞을나머지 하나의 얼굴은 뒤를 돌아보는 존재죠.


  그림 7> 엔키와 시종장 이시무드

            가운데 앉아 있는 신이 엔키입니다.

            바로 왼쪽으로 얼굴이 두 개인 엔키의 시종장신 이시무드가 있습니다.

            출처 :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김산해 저, P57



   그래서 이시무드는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보고 하늘과 지하를 꿰뚫어보며 모든 이들의 겉모습과 

   속모습을 꿰뚫어봅니다.

   그는 문을 잠그어 모든 것을 막아버리기도 하고문을 열어 모든 것을 통하게도 하는 강력한 신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이시무드의 이중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그 이중성의 핵심이야말로 바로 그 자신이 신이면서 그 피에서 인간을 탄생시킨 

   신이자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는 바로 엔키의 시종장신 이시무드로부터 유래하는 신입니다.

   태양이 염소자리에 머무는 그때가 1월이며 그 때를 야누스의 이름을 딴 January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7. 인류와 문명의 시작을 담은 별자리인 염소자리

 

   지금은 세차운동으로 인해 달라지긴 했습니다만 

   전통적으로 태양이 염소자리를 지나는 때는 동지입니다.

   동지는 어둠이 가장 깊어지는 때이지만 동시에 다시 어둠이 짧아지기 시작하는 이중성을 가진 시점이죠.

 

   이때로부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이는 동시에 지구에 문명의 서광이 열리기 시작함을 의미합니다.


   웨일라를 비롯한 엔키와 그 부하들이 바로 태초의 도시 에리둑을 만들며 지구를 깨어나게 했죠.

   그 도시는 빛나는 물의 염소가 만들었고그의 피에서 인간이 탄생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가득한 한 여름 밤.

   화려한 은하수가 지나면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담은 염소자리가 등장합니다.

 

   저는 항상 우리 피 속에 용기와 희생의 외침을 남겨 준 웨일라가 

   저 하늘 어디에 좌정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비록 별자리의 근원에 대한 명시적인 이야기는 수메르 신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들이 남긴 상징들을 쫓아가다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죠.

 

   그런데 지난 5,

   강원도 양구에서 별을 보고 있을 때 떠오르는 염소자리가 저에게 속삭여 주었습니다.

 

   이곳 지구에 문명의 시작을, 1년의 시작을인간의 시작을,

   무엇보다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이뤄내야 할 정의로운 사명감의 시작을 열은 별자리가 

   바로 여기 있노라고 말입니다.


                                                   2017년 8월 5위대한 신 웨일라를 기리며.


그림 8> 염소자리 (2017년 5월 28강원도 양구) 

댓글 1

  • 김민회
  • 2017.08.07 17:34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이뤄내야 할 정의로운 사명감! 또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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