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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자리 이야기 - 위대한 어머니|

  • 이강민
  • |조회수 : 634
  • |추천수 : 0
  • |2017-04-14 오후 9:00:29

1. 울부짖는 여신.

    


그의 자식들이 그 앞에서 휩쓸려 가는 것을 보았다.

위대한 여주 닌투의 입술에 흰 서리가 끼었다.

아눈나키 큰 신들은 갈증과 굶주림으로 앉아 있었다.

여신은 울면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신들의 산파, 지혜로운 마미는 말했다.

"대낮이 캄캄해지다니, 

 다시 어두워지다니

 신들의 모임에서

 내가 어떻게 그들과 동조하여 파멸을 말했는가?

 

 내 스스로, 내 몸으로, 내 옆에서

 나는 그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도울틈도 없이 내 자식들이 파리떼처럼 되었다.

 

 나는 통곡의 집에 앉아 있기에 

 내 울부짖음이 가라앉았다.

 하늘로 올라가 버릴까?

 

 결정권이 있는 아누는 어디로 갔느냐?

 신들의 자식들이 그의 명령을 따랐느냐?

 그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홍수를 일으켜서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단 말이냐?"

 

 - "수메르 신화", 조철수 저, p112 - 

 

 


1872년 12월 3일, 

대영박물관 연구원 조지 스미스(George Smith)가 아시리아 토판들 중에서 대홍수 이야기를 발견했다고 발표합니다.

그 발표가 있었던 런던 성서 고고학회와 영국은 물론 이 소식을 접한 서구 사회가 발칵 뒤집힙니다.


대홍수가 진리를 담고 있는 유일한 책인 성경에서만 등장하는 태초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당시 사회에서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대홍수 이야기가 기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죠.


이듬해부터 메소포타미아의 이 오래된 문명에서 전하는 대홍수 이야기를 완전하게 발굴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오늘날,

우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전하는 대홍수 이야기의 3가지 버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수메르어 판본인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한 기원전 17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아카드어 판 "아트라하시스의 태초 이야기",

그리고 역시 기원전 20세기에서 17세기 사이 고바빌론에서 기록된 "길가메쉬 서사시"가 그것입니다.






사진 1> 수메르의 중심도시국가였던 니푸르에서 발굴된 '지우수드라의 홍수 이야기'가 씌어있는 토판을 

         아르노 포벨이 필사한 것. 

           -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새뮤얼 노어 크레이머, 박성식 역, p220 - 



판본은 여러 개가 존재하지만 대홍수 이야기의 구조는 대동소이합니다.


따라서 구태여 생소한 메소포타미아로 가지 않더라도 

노아의 홍수 이야기를 아는 것으로도 이야기의 대강을 아는데는 충분하죠.


그런데 제 경우 메소포타미아의 대홍수 이야기를 접하면서 눈에 띤 등장인물이 있었습니다. 

수메르 신화 계보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여신 '닌후르상'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대홍수 이야기에는 '닌투' 또는 '마미'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여신이죠.


그녀는 메소포타미아의 최고신 '안(아누)'의 장녀이며 지상을 지배하는 안의 두 아들, '엔릴'과 '엔키'의 손위누이입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따르면 엔릴이 주도하여 만들어낸 대홍수로 인해 인간은 절멸의 상황으로 내몰리지만

신들 역시 이 사건으로 인해 집(신전)에서 떠나와 있으면서 인간의 부양까지 받지 못하는 생소한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홍수 와중에 추위와 두려움에 오들오들 떠는 신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죠.


그런데 그 와중에도 허무하게 쓸려 나가는 인류의 모습에 절규하는 한 여신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닌후르상'입니다.



닌투는 울부짖었다. (닌투는 닌후르상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폭풍 이는 바다가 되었다.

 잠자리 떼처럼 그들은 강을 메웠다.

 뗏목처럼 그들은 강변에 널려 있었고, 

 뗏목처럼 들판의 강둑에 널려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았고, 울었다. 

 그들을 위한 통곡으로 지쳤다."

그녀는 울고 분통을 떠뜨렸다.

닌투는 울부짖고 화가 치밀었다.


- "수메르 신화", 조철수 저, p113 - 





2. 인간의 창조자.


닌후르상은 대홍수의 와중에 왜 인간의 절멸을 그토록 안타깝게 생각했을까요?


사실 그녀가 그토록 극심한 비탄에 잠길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사실상' 인간의 창조주이기 때문입니다.


수메르 신화에서는 인간의 창조목적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바로 신들 대신에 가혹한 노동을 하고 이를 통해 신들을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졌죠.


인간 이전에는 신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어 '이기기'라 불리는 작은 신들이 온갖 노역을 수행하며 '아눈나키'라 불리는 큰 신들을 부양했습니다.

그러나 이기기 신들은 고된 노역을 견디지 못해 봉기를 일으켰고

아눈나키 신들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기기 신들의 노동을 대신할 존재를 만들게 되니 바로 그 존재가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작은 신들 대신에 노동을 감당할 인간을 만들어내자는 아이디어는 수메르 만신전의 서열 3위 신이자 지하수의 신인 '엔키'에 의해 제안됩니다만

인간을 창조하는데 실무를 맡았던 신은 바로 엔키의 손위 누이인 '닌후르상'이었습니다.


'아트라하시스의 태초 이야기'에 따르면 닌후르상이 인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소름끼치도록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앞을 내다보는 엔키와 마미(닌후르상의 또다른 이름)는 

운명의 집에 들어갔다.

출산 여신들이 모였으며 

그는 그녀 앞에서 점토를 밟았다. 

그녀는 주문을 읽었으며 

그녀 앞에 앉은 엔키는 세었다.

주문이 끝나자, 

그녀는 열네 개 점토 덩어리를 떼어냈다.

일곱 덩어리는 오른쪽에 

일곱 덩어리는 왼쪽에 놓았다.

그 사이에 흙벽돌을 놓고

갈대(줄기 끝으)로 탯줄을 자르게 했다.

지혜롭고 배움이 있는 출산 여신 일곱 일곱을 불렀다.

일곱으로는 남자를 만들고

일곱으로는 여자를 만들었다.

출산 여신, 운명의 창조주에게 

그는 그녀 앞에서 둘 둘씩 

둘 둘씩 짝지어 주었다.

마미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애 낳는 여자의 집에 

 칠일 동안 흙벽돌을 내려놓아라.

 벨레트일리, 지혜로운 마미는 존경받을 것이며

 산파는 애 낳는 여자의 집에서 즐거울 것이다.

 여자가 애를 낳는 곳에서 산모는 분만할 것이다."

 

산파 여신들이 모였으며 

닌투는 앉았다. 그들은 달수를 세었다.

열 달째를 운명의 때로 정했다.

열 달째가 되자, 

그녀는 막대기를 집어넣어 자궁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밝고 즐거웠다.

그녀의 머리를 덮고 

산파 노릇을 했다.

허리띠를 두르고 축복했다.

밀가루 위에 모습을 그리고,

흙벽돌을 올려놓았다.

"내가 만들었다. 내손으로 했다.

 산파는 거룩한 여인들의 집에서 즐거워하여라.

 여자가 애를 낳는 곳에서

 산모는 분만할 것이다.

 구 일 동안 흙벽돌을 내려놓아라.

 닌투, 출산여신은 존경받을 것이다.

 끊임없이 마미를 부를 것이며

 끊임없이 산파 여신을 칭찬할 것이다."


- "수메르 신화", 조철수 저, p90~92 - 





사진 2> 인간의 창조를 그린 것으로 해석되는 인장그림

         수메르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모두 고깔형태의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오른쪽 여인 역시 고깔형태의 모자를 쓴 것으로 보아 인간이 아닌 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여신의 손에 어린 아이가 들려 있는데 들려 있는 자세가 이상합니다. 

         아이를 어르거나 품에 안은 모습이 아니라 뭔가 검사를 하고 있는 듯한 자세입니다.

         왼쪽에는 도공이 등장합니다. 

         도공이 하는 일은 점토로 그릇을 빚는 일이죠.

         마치 어린 아이도 점토로 만들어진 인간임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The Queen of Heaven P159 Gavin White저, Solaria Publication



닌후르상은 인간의 창조작업을 수행한 실질적인 창조자입니다.

따라서 닌후르상은 마미, 모후신으로 불리게 되죠.


자신이 만든 인간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각별했을 겁니다.

그래서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속절없이 쓸려 나가는 인간들의 모습에 다른 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픔을 느꼈을 것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대홍수로부터 살아남은 노아에 의해 인류가 그 명맥을 유지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도 '지우수드라' (또는 '아트라하시스' 또는 '우트나피쉬팀')에 의해 인간의 명맥은 유지 됩니다.


살아남은 인간이 바친 번제물에 굶주린 신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드는 와중에도 닌후르상은 대홍수를 결정한 수메르 신들을 비난합니다.

실제 홍수를 결정하고 이를 결행한 서열 2위 신이자 지상 최고의 신인 '엔릴'은 살아남은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하사받은 지우수드라(또는 '아트라하시스' 또는 '우트나피쉬팀')는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낙원인 딜문 땅에 거처를 잡고 살아가게 되죠.


그런데 딜문은 닌후르상의 영역이기도 했죠.


그렇습니다. 

닌후르상은 다시는 신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간을 절멸시키지 못하도록 인류의 영속을 보장하고 지켜주고 있는 어머니 신이기도 한 것입니다.



3. 대홍수 트라우마.


꼭 태초의 대홍수를 들지 않더라도 인류에게 홍수처럼 익숙하면서도 커다란 공포를 안겨주는 재해는 없을 것입니다.


흐르는 물을 제대로 통제해 낸다면 그것은 풍요의 기초가 되지만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로, 또는 대자연의 재앙으로 발생한 홍수는 곧바로 파멸을 안겨주게 되죠.


태초의 문명을 일구어내고 하늘에 그림을 그려넣은 수메르 문명은

이른바 '두 강 사이의 땅'이라 불리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치수에 성공한 최초의 문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다스리기 위해 일찌기 공동체가 구성되었고,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실험되었으며, 

전쟁보다는 협력이 서로 상생하는 길임을 일찌감치 깨닳은 선진 도시국가들이 자리잡았죠.


이 고대 도시국가들에서 홍수를 예측하는데 사용된 방법 중 하나가 오늘날 점성술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 그 방법으로 사용된 소재 중 하나가 바로 '게자리'입니다.


점성술에 따르면 게자리의 별들이 밝게 빛나면 큰 홍수가 엄습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게자리의 별들이 흐려지면 홍수는 일어나지 않죠.


이러한 기본 공식은 게자리에서 선두에 서는 별들을 티그리스 강의 수위를 예측하는 별로

뒤쪽으로 따라가는 별들을 유프라테스 강의 수위를 예측하는 별로 규정하며 점점 세밀하게 변해갑니다.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게자리는 쌍동이자리와 사자자리 중간쯤 어디메로 특정할 수 있을 뿐,

왠만큼 좋은 하늘을 만나지 않는 이상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별자리는 아닙니다.






사진 3> 게자리

            2017년 2월 25일 01시, 강화도 강서중학교.



봄기운이 피어오르는 4월의 저녁 9시경,

게자리는 가장 높은 하늘을 지나갑니다.


기원전 2500년경 게자리는 겨울이 한창인 12월에 어둠이 내리면 떠오르기 시작했고

3~4월이 되면 가장 높은 하늘을 지나갔습니다.


한참 우기가 진행중인 이 시절,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상류의 강우량에 따라 홍수 여부가 판가름나던 이라크 남부의 수메르에서는 

대기 중에 사막의 먼지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대기 중의 습도가 적으냐 높으냐를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 희미한 게자리가 얼마나 선명하게 보이느냐를 가지고 홍수를 예측했던 것이 아닐가 생각됩니다.


게자리가 홍수를 예측하는 별자리이다보니 재미있게도 게자리는 유독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별자리에 대한 바빌론의 전승을 모아 엮은 게빈 화이트(Gavin White)에 따르면

점성술의 전승 중에는 '화성이 게자리에 머물게 되면 지도자가 죽을 것이다.'라든가 

'게자리가 어두워지면 죽은 이들의 영혼이 지상을 장악하게 되고, 지상은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라는 전승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죽음의 상징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이어져 저승으로 가는 관문이 이곳 게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상상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기원후 2세기의 로마에서 제작된 파르네세 지구의(the Farnese Globe)에는 게자리 위로 이상한 사각형이 자리잡고 있는데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이것은 '카이사르의 왕좌'로서 암살당한 카이사르의 영혼이 좌정한 위치라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치의 설정은 게자리가 저승으로 가는 영혼들의 출입구일 것이라는 인식과 직결되어 있죠.






사진 4> 서기 2세기 경 로마에서 제작된 지구의인 파르네세 지구의(the Farnese Globe)

          http://www.electrummagazine.com/2016/09/the-farnese-atlas/






사진 5> 파르네세 지구의를 펼쳐 그린 그림.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게자리인데 위쪽에 수수께기의 네모 창틀이 보입니다.

           오늘날의 별자리에서는 살쾡이 자리가 자리잡고 있는 부분입니다.

          http://www.electrummagazine.com/2016/09/the-farnese-atlas/

           


재미있는 것은 죽음을 상징하는 이러한 모티프가 동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게자리의 한복판에는 프레세페 별무리라고 불리는 M44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M44를 감싸고 있는 4개 별들을 귀수(鬼宿 : 귀신이 자리잡고 있는 별자리)라 불렀으며 ,

M44를 '시체가 쌓여 있는 기운'이라는 뜻의 적시기(積尸氣)라고 불렀습니다.

동양에서는 이 귀수가 사망과 질병, 제사를 주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 6> 게자리와 그 주변 별자리의 동서양 비교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별자리" 안상현 저,  p264 -


동서양 모두가 게자리에서 죽음이라는 모티프를 떠올리는 이유는 수메르라는 인류 최초의 고대문명이 동서양에 두루 영향을 미친 결과가 아닐까요?


어쨌든 비록 홍수가 대재앙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통제된 물은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원천인 것처럼 게자리 역시 홍수로부터 시작되는 죽음의 상징이 넘쳐나긴 하지만

홍수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자 했던 모후신 닌후르상에 의해 새로운 희망과 탄생이 숨쉬는 별자리로 해석할 여지가 생겨나게 됩니다.



4. 너무나도 아름다운 M44 프레세페 별무리

   

개인적으로 산개별무리 중 가장 좋아하는 별무리가 M44입니다.


M45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별무리는 아니지만 맨눈으로 충분히 찾아볼 수 있고,

특히 망원경으로 봤을 때 알록달록한 색감이 느껴지는 별들이 둘셋씩 짝을 짓고 있는 듯한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죠.


그래서 저는 시체가 쌓여 있는 것이 아닌 순결한 영혼들이 친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게자리를 구성하는 주요 별들이 4등급 이상의 희미한 밝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자리의 별자리 배치를 통해 M44를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M44가 게자리의 다른 별들보다 훨씬 밝아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하고 따라서 길잡이 망원경을 통해 직접 겨냥이 가능한 천체가 되죠.


맨눈으로 M44를 찾아갈 때는 쌍동이자리의 알파별과 베타별인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잇는 기선을 그리고

여기서 대략 30도 정도 엇나가는 각도로 일직선을 그어나가면 됩니다.

한눈에도 흐릿한 별덩어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M44입니다.

   




사진 7>  M44를 찾는 법   


M44는 15광년에 걸쳐 펼쳐져 있고 천여개의 별들을 품고 있으며 보름달 3개에 해당하는 너비(1.5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M44의 전체 모습을 담아서 보려면 저배율을 이용해야 하죠.


제 망원경인 C11의 경우 초점거리가 길어(2800mm)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긴 초점거리를 가진 아이피스(41mm)를 사용해도 배율은 70배율에 이릅니다.  

하여 파인더와 70배율 아이피스를 번갈아 이용하여 프레세페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죠.





사진 8> 9 X 50 길잡이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M44의 모습

     동서남북에서 약간 빗겨 있는 4등급에서 5등급의 별들이 M44의 구획을 만들어주고 있는 듯합니다.

     중심부분에 폭을 작게 한정해서 보면 약 9개의 별들이 남쪽을 가리키고 있는 화살촉처럼 도열해 있죠. 

     폭을 넓게 보면 마치 개복치 모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작은 화살촉에서 양 끝단으로는 M44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둘셋씩 짝지은 듯한 별들이 보입니다.







사진 9> 70배율로 바라본 M44의 모습

    파인더에서는 가운데 폭 좁게 보이던 화살촉 모양이 0.5도 정도의 폭으로 넓게 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별들의 배열은 마치 삼각형 안의 역삼각형, 삼각형 밖의 역삼각형처럼 무한 삼각형이 늘어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죠. 

   

    각 삼각형의 꼭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별들 역시 둘둘씩 짝지은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큰 삼각형의 테두리를 구획짓고 있는 별 14개가 보이고 그 안쪽으로는 8개의 별들이 보이는데 

    테두리를 구획짓고 있는 별들 역시 둘둘씩 짝지은 듯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사진 10> 아름다운 별무리 M44

             사진촬영 : 별하늘지기 황금박쥐l조동욱 님(http://cafe.naver.com/skyguide/128897)


몇몇 별지기들이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천체 선정'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353633171678974/?ref=bookmarks)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영원히 이 사건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특정 천체를 선정하는 활동인데요.

                      

여기에 제안된 천체 중 하나가 M44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M44가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천체로 선정되었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전혀 외롭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4월에 하늘 높이 떠오르는 점 역시 충분히 자격이 되는 조건인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게자리에는 M44말고도 또 하나의 메시에 천체가 더 있습니다.

바로 M67 산개별무리가 그 주인공인데요.

   

M67 역시 봄의 밤하늘을 장식하는데 충분할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M67에서 활짝 피어나기 바로 직전의 라일락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하죠.

  




사진 11> M67


M67은 M44보다 다섯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별무리라고 합니다.

아마 M44만큼 가까운 거리(약 600 광년)에 있었다면 오히려 M44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5. 뜬금없는 별자리 이야기


별자리 이야기의 메카라 불리는 그리스 신화는 거의 모든 별자리마다 이야기를 달고 있습니다. 

어떤 별자리들은 연속시리즈로 엮여 있기까지 하죠.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서 전하는 별자리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별자리야말로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이러한 착각에 빠지는 이들의 잘못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그리스의 위대한 시인들이 주위의 모든 대자연에 이야기를 붙여준 결과죠.


그런데 가만 보면 그리스 버전의 별자리이야기들 중에서는 어거지로 끼워 맞춘듯한 이야기들도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게자리'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게'는 헤르쿨레스가 히드라를 퇴치하는 과정 중에 엑스트라로 등장합니다.


헤르쿨레스가 히드라와 맞서는 와중에 등장한 게가 헤르쿨레스의 뒷꿈치를 할퀴려 하지만 오히려 헤르쿨레스에게 콰직! 밟혀 죽고 말죠.






사진 12> '헤르쿨레스와 맞서기 위한 게'라고 했을 때 언뜻 기대되는 게의 스펙. 

      출처 : 사진은 구글에서 'Karkinos'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중에 발견한 Darksiders2 라는 게임 이미지. 

                      


  


                    

사진 13>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기원전 5세기 화병 부조에 그려진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애처롭기만 한 게의 모습.

         

                          

이야기는 그게 전부입니다.

그저 이 불쌍한 게의 터무니없는 용기를 가상히 여긴 헤라가 하늘의 별자리로 올려주었다는 허무한 후렴구가 따라 붙는게 전부죠.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가 왜 무려 황도 12궁 중 하나인 게자리에 붙어 있는 걸까요?


혹자는 이처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자리 이야기가 출현한 이유는

헤르쿨레스의 12가지 모험 이야기를 황도 12궁에 무리하게 갖다 붙이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뜬금없는 이야기들은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을 만들어냅니다.


바야흐로 과학이 만개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점성술과 같은 초자연 X파일 류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인간의 감성을 사로 잡고 있죠.

점성술에서 황도 12궁은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속하는데

이는 탄생 별자리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리스 버전의 황도12궁 별자리 이야기들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게자리도 그 중 하나입니다.


6월 22일에서 7월 22일 사이에 생일을 두고 있어 게자리 속하는 아이들은 게자리 이야기에 큰 상처(?) 를 받습니다.


황도 12궁에 헤르쿨레스자리가 안 섞여서 망정이지 

만약 헤르쿨레스자리가 황도 12궁 중 하나였다면 게자리 아이들은 헤르쿨레스자리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먹히고 들어가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었을 겁니다. ^^


게자리 이야기든 다른 황도 12궁 이야기든 자신의 별자리 이야기에 낙담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별지기로서 전투력이 솟아오르지 않을 수 없죠. 

"위대한 운명을 타고난 너의 별자리를 내가 찾아주리라!" 하고 말입니다.



6. 게자리의 원형을 찾아서


그리스시대 이후 게자리는 사자자리를 향해 집게발을 벌리고 선 게로 그려집니다만 원래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게'가 아닐 확률이 큽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어원을 따지고 보면 게자리의 명칭이 애매모호합니다.


별자리를 처음 만들어낸 수메르에서 '게'는 '쿠슈(Ku?u)'라는 단어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이 '쿠슈'라는 단어는 단순히 '게'라는 뜻이 아니라 '물에 사는 생물'의 통칭입니다.


그리고 이 '쿠슈'라는 단어가 특정한 바다 생물을 지칭할 때는 '게'보다는 오히려 '거북이', '자라'를 지칭하는 용어로 더 많이 쓰였죠. 

그렇게 보면 '게자리'는 애초부터 '게자리'가 아니라 '거북이자리'였을 확률이 더 큽니다. 

     

둘째. 신들의 상징이 새겨져 있는 메소포타미아 토지경계석(쿠두르, kudurru)에 '게'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게자리'에 회의를 품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토지의 경계를 나타내는 '쿠두르'라 불리는 토지경계석이 많이 출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토지경계석이 국가 간의 국경을 표시하는 경우 이는 단순히 토지구획선의 의미를 떠나 더 큰 의미를 띠게 됩니다.


바로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시키는 신의 명령을 새긴 성스러운 징표가 되죠.

서로 넘지말아야 할 경계를 정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며 신의 명령이었기 때문에 이 경계석에는 신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쿠두르에 '거북이'는 등장할지언정 '게'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게'가 황도 12궁의 한자리를 차지할만큼 중요한 어느 신의 상징이었다면  당연히 쿠두르에 '게'의 형상도 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사진 14> 기원전 12세기 바빌론의 토지경계석 최상단 한가운데 새겨져 있는 거북이

             https://en.wikipedia.org/wiki/Enlil-nadin-apli




사진 15> 기원전 14세기 바빌론 토지경계석에 새겨져 있는 거북이.

               http://www1.seattleartmuseum.org/eMuseum/media/full/48.45a_01.jpg

      

셋째. 수메르 초기신화에서 닌후르상은 운명을 결정짓는 7신 중 하나의 자리를 차지할만큼 중요한 신이었다는 점을 통한 유추입니다.

모후신 닌후르상은 수메르 최고신 1세대에 속하는 신입니다.


여기 1세대에 속하는 신들로는 최고신 안의 두 아들인 엔릴과 엔키, 그리고 장녀인 닌후르상이 있는데

엔키의 경우 동지로부터 이어지는 염소, 물병, 물고기 자리에 그 상징을 남기고 있고 

엔릴의 경우 춘분으로부터 이어지는 양, 황소 자리에 그 상징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닌후르상 역시 어떤 별자리에 그 상징을 남기고 있을텐데 닌후르상의 상징물 하나가 거북이이기 때문에 게자리가 거북이자리였다면 닌후르상은 하지로부터 이어지는 별자리에 그 상징을 남기고 있다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사진 16> 가운데와 오른쪽 고깔형태의 모자를 쓰고 있는 두 인물이 신입니다.      

       가운데 신의 경우 물의 염소를 밟고 있으며 어깨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지하수의 신 '엔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 여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 저는 이 여신이 닌후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후신 닌후르상은 양쪽 어깨에 어린아이의 머리가 연결되어 있는 상징으로 자주 나타납니다.

       (사진 17 참고)

       양쪽 어깨의 동그라미는 이 머리가 단순하게 표현된 것이며 바로 왼쪽에 거북이 상징이 등장합니다. 

             -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김산해, p112 - 




      

사진 17> 닌후르상을 묘사한 점토판

           메소포타미아에는 신의 상징을 양어깨에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후신인 닌후르상은 아이의 머리를 양쪽 어깨에 달고 있습니다.

           양쪽 오메가 모양의 고리는 자궁 또는 태줄을 자르는 칼을 상징하는데 이 역시 탄생을 주관하는 

           닌후르상의 속성을 상징합니다.

               - "The Queen of Heaven", Gavin White, p32 -



게자리가 닌후르상의 상징 중 하나인 거북이자리일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거북이라는 토템이 가지는 상징, 게자리가 홍수의 전조를 읽어내는 별자리였다는 상징,

닌후르상이 홍수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신이라는 상징이 일관된 하나의 방향으로 엮여나가게 됩니다.


우선 거북이는 바다위에 우뚝 솟은 대지의 상징입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심연의 바다위에 떠 있는 거북이 위에 코끼리들이 있고, 그 코끼리가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거북이의 평평한 등딱지에 모티프를 땄을 것으로 보이는 이 상징은

물로부터의 보호, 홍수로부터의 보호로 그 의미가 연결되기도 하죠.


한편 '닌후르상이'라는 이름은 '높은 언덕, 높은 산맥, 산기슭(후르상)의 여주(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닌투, 또는 마미라 불리던 그녀는 재방을 쌓아 저승 바닷물의 범람을 막아낸 후 '닌후르상'이라는 이름을 헌정받게 됩니다.


닌후르상의 아들 닌우르타의 영웅 신화에 나타나는 이 사건은 

고대 수메르에서 닌후르상의 위치와 위상을 잘 나타내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승의 바닷물은 지상의 강물을 몰아내어 굶주림과 질병을 야기시킵니다. 

그녀가 이것을 막아냈다는 것은 그녀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 상에서 생명수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인간을 창조했을뿐만 아니라, 대홍수 사건에서 인간을 변호하고, 질병과 고통, 죽음을 상징하는 저승바닷물의 범람으로부터 인간세계를 보호하는 말 그대로 인류를 보살피는 어머니 신인 것입니다.


게자리의 원형인 거북이자리는 대홍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측면에서는 분명 죽음의 별자리이지만

결국 그 사건으로부터 살아남은 인간을 보호하는 신의 상징이 좌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특히 그 신이 인간을 창조하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탄생과 생명의 별자리로 치환됩니다.


혹시 게자리 자녀를 두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리고 고작 헤르쿨레스의 뒷꿈치에 밟혀죽은 게가 자녀분의 별자리인게 마음에 안드셨었다면 

이제 자녀분들에게 당당히 이야기 해주세요.


너의 별자리는 생명을 보듬어내고 보호하고 길러낸 태초의 위대한 어머니신 닌후르상을 상징하는 별자리라고 말입니다. 


p.s : 사진개재를 허락해 주신 별하늘지기 조동욱 님께 감사드립니다. ^^

댓글 2

  • 최봉규
  • 2017.04.16 10:48

동양 사신도 별자리로는 남주작 남방칠사 '정 귀 류 성 장 익 진'중에 귀<서양의 게자리>로군요...........

  • 이강민
  • 2017.04.20 22:30

네 저는 이번에 글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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