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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별여행 - 위대한 시인|

  • 이강민
  • |조회수 : 2935
  • |추천수 : 0
  • |2016-07-01 오전 2:35:04

많은 사람들이 '별자리'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를 떠올립니다.
별자리에 얽히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리스 신화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아래 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에 등장하는 48개 별자리와

각 별자리들에 전하는 이야기를 엮은 표입니다.



별자리신화별자리신화별자리신화
거문고
(Lyra)
오르페우스의 하프
(Cancer)
히드라와 싸우는 헤르쿨레스를 처치하기 위해 헤라가 보낸 게고래
(Cetus)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괴물
궁수
(Sagittarius)
음악과 의술, 활쏘기에
능통했던 케이론
까마귀
(Corvus)
아폴론의 물시중을 들던
까마귀
남쪽 물고기
(Piscis Austrinus)
 
남쪽 왕관
(Corona Australis)
 독수리
(Aquila)
가니메데를 납치하기 위해
변신한 제우스
돌고래
(Delphinus)
암피트리테의 유혹을 도운
포세이돈의 심부름꾼, 또는
그리스의 시인 아리온을 구한 돌고래
마차부
(Auriga)
아테네의 왕 에릭토니우스
마차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
목동
(Boötes)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
(작은곰자리와 이야기가 겹침)
물고기
(Pisces)
괴물 티폰에게서 도망가는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물병
(Aquarius)
신들의 물심부름을 담당한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
바다뱀
(Hydra)
헤르쿨레스의 12번째 모험중 두번째 모험
머리가 아홉개 달린 히드라
백조
(Cygnus)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한 제우스

(Serpens)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불사의 약초를 알려준 뱀
뱀주인
(Ophiuchus)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북쪽 왕관
(Corona Borealis)
디오니소스의 청혼을
받아들인 아리아드네
사자
(Leo)
헤르쿨레스의 12모험 중
첫번째 네메아 골짜기의 사자
삼각형
(Triangulum)
 센타우루스
(Centaurus)
말의 몸과 사람의 상체
쌍둥이
(Gemini)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가
제우스와 정을 통해 낳은 아이.
아르고
(Argo Navis)
이아손과 영웅들의 항해안드로메다
(Andromeda)
에티오피아의 공주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지나 페르세우스가
구해줌

(Aries)
헤르메스가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하기 위해 보낸 황금가죽의 양
에리다누스
(Eridanus)
파에톤의 불의 마차를 끌다가 추락한 곳염소
(Capricornus)
괴물 티폰에게서 도망가는 판
오리온
(Orion)
아르테미스의 연인 오리온
(Draco)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를
지키는 용
헤르쿨레스 12 모험 중 11번째
이리
(Lupus)
 
작은개
(Canis Minor)
아르테미스의 사냥개작은곰
(Ursa Minor)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
(목동과 이야기가 겹침)
전갈
(Scorpius)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헤라가 보낸 전갈
제단
(Ara)
 조랑말
(Equuleus)
헤르메스가 카스토르에게
보낸 말 또는 페가수스의 형
천칭
(Libra)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저울
처녀
(Virgo)
페르세포네의 유괴카시오페이아
(Cassiopeia)
안드로메다의 어머니
(Crater)
아폴론이 까마귀와 함께 던져버린 컵, 또는 디오니소스의 술잔
케페우스
(Cepheus)
카시오페이아의 남편큰개
(Canis Major)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여우를 잡은 질풍처럼 빠른 개
라이라프스
큰곰
(Ursa Major)
제우스에게 유혹당한 칼리스토
토끼
(Lepus)
없음
또는 오리온의 의자
페가수스
(Pegasus)
메두사의 피에서 탄생한 천마페르세우스
(Perseus)
페르세우스
헤르쿨레스
(Hercules)
헤르쿨레스화살
(Sagitta)
에로스, 아폴론, 헤르쿨레스,
켄타우르스 등의 화살, 
황소
(Taurus)
에우로페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한
제우스



표에서 보실 수 있는 바와 같이 많은 별자리들이 그리스 신화와 엮여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개 별자리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별자리에 심어놓은 그리스 문명은

별자리의 시조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히 당당(?)한 문명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하늘의 별들에게 헌정한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덕분일 겁니다.



별자리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 중에는 사실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도 숨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이야기는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여러 개의 별자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개인적으로 모든 사랑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로 서슴 없이 뽑을 수 있는 이야기죠!



바로 거문고자리에 헌정되어 있는 오르페우스 이야기입니다.




1. 저승의 시간을 멈춰 세우다.



   익히 아시다시피 오르페우스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독사에 물려 죽은 아내 에우뤼디케를 다시 만나기

   위해 타르타로스로 향한 인물입니다.
  
   그는 저승의 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비탄의 노래를 부르죠.


  


    하계의 신들이여,
    당신들의 곳으로 우리들 생명 있는 자는 다 가게 마련입니다.
    나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
    저는 꽃다운 청춘에 독사에 물려 뜻하지 않은 죽음을 당한 제 아내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사랑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한 것입니다.
    사랑은 지상에 거주하는 우리들을 지배하는 전능의 신일 뿐만 아니라,
    옛말이 옳다면 이곳에서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저는 이 공포에 충만한 곳.
    침묵과 유령의 나라에 맹세하여 당신들에게 간청합니다.
   
    에우뤼디케의 생명의 줄을 다시 이어 주십시오.
    우리들은 다 당신들의 곳으로 가게 마련이나
    오직 일찍 가느냐, 늦게 가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저의 아내도 수명을 다한 후에는 당연히 당신들의 수중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는 원컨대 그녀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저도 죽겠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을 앞에 놓고 승리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 그리스 로마 신화, 토머스 불핀치 저, 김민영 역, 일신서적공사 중 -
   



    오르페우스의 리라는 그의 절규를 선율에 담아 저승의 구석구석에까지 보냅니다.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담긴 슬픔이 얼마나 저승 영혼들의 가슴을 쥐어짰는지

    시인은 저승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목마른 형벌을 받는 탄탈로스는 목마름을 잊었고,
     익시온을 매달고 도는 불의 바퀴는 돌기를 멈추었으며
     독수리는 기간테스의 간을 쪼지 않았고
     시쉬포스는 바위 앞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복수의 여신들이 양볼이 젖을 정도로 눈물을 흘린것도 이 때가 처음이었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영혼을 되찾습니다.
    이제 아내의 혼을 이끌고 타르타로스를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됐죠.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여기에도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타르타로스를 벗어나기 전까지 절대 아내 에우뤼디케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 하늘에 새겨진 반지 하나.
  
   한여름에 천정을 가로질러가는 거문고자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천체를 하나 품고 있습니다.
   바로 행성상별구름 M57입니다.






촬영 일시 및 장소 :  2016년 6월 5일  02시 13분, 강원도 공작산.




   별구름은 일반적으로 그 밝기가 별무리나 은하보다는 턱없이 낮아 비교적 관측이 쉽지 않음에도
   M57은 상대적으로 밝고(9등급) 한여름의 천정을 가로지르고 있어

   이때야말로 도시근교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는 때입니다.
  
   거문고자리에는 M57외에도 한 개의 메시에 천체가 더 있습니다.
   구상별무리 M56이죠.
  
   그러나 M57이 너무나 주목을 끄는 천체다보니

   M56은 백조자리쪽으로 건너가는데, 또는 백조자리쪽에서 건너오는데

   살짝 즈려밟고 오는 징검다리 별무리로 간과되기 쉽상입니다. (불쌍해....^^;;;)
   


   이웃 메시에 천체를 너무나도 초라하게 만드는 이 멋진 행성상별구름 M57을

   많은 별지기들은 고리성운이라고 부릅니다.
   '천문학용어집'에서는 M57을 가락지성운이라고 적고 있죠.
   '고리'라는 이름이든 '가락지'라는 이름이든 너무나 멋진 M57에 걸맞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라 생각합니다.
  
   제 280밀리 복합굴절망원경에서 133배율로 바라본 M57 가락지별구름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검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백색의 광채가 더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M57은

   영롱한 은가락지의 자태를 아름답게 드러내주고 있죠. 
  



3. M57에 대한 두 가지 단상



   저는 M57의 모습을 보며 오르페우스가 목숨바쳐 사랑한 여인 에우뤼디케가 
   과연 어떤 여인이었을지를 생각해본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성격이나 외모를 그저 상상저편의 영역에서 자유로이 그려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모습을 상상하든지간에 분명히 알 수 있는 점은

   에우뤼디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녀는 오르페우스로부터 아름다운 리라의 선율과 함께 프로포즈를 받았을 것입니다.
  
   시인은 오르페우스의 리라 연주가 사나운 야수마저도 가만히 앉아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며
   날아오는 창과 돌멩이도 멈춰버리게 만들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자신만을 위해 연주된다는 것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었을텐데
   연주를 마친 오르페우스는 수줍게 가락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냈을 것입니다.
  
   아마 그 가락지는 은백색의 가락지 아니었을까요?
   불과 정으로 벼려진 은가락지가 아닌 리라의 선율에 담금질된 순백의 가락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을 굳게 차지하고 있었을 가락지는

   안타깝게도 오르페우스와 그녀를 굳게 이어주지 못했습니다.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손길을 피해 달아나던 에우뤼디케는 그만 독사에 물려 죽게 되죠.
  
   아마 그때였을 것입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리라 선율에 담금질된 순백의 가락지가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때가 말입니다. 
   


   한편 M57은 오르페우스의 비극적인 최후를 생각나게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 에우뤼디케를 끝내 되찾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뭇 처녀들의 대쉬에도 끝내 마음을 열지 않죠.
   그저 사나이의 순정이라고 인정만해주면 될일을 이 처녀들은 '모욕'으로 받아들였나봅니다.
  
   시인은 이 무서운 처녀들을 '트라키아의 처녀들'이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트라키아는 오늘날  불가리아 남부, 그리스의 트라키 주,  겔리불루 반도를 포함하는

   유럽권 터키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물론 저에게는 대쉬도, 모욕감도 느끼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무서운 처녀들을 보러 꼭 남부유럽에

   여행을 가보고 싶네요. ^^;;;
   


   어쨌든 사나이의 순정에 '모욕'을 받은 이 트라키아의 처녀들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맙니다.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오르페우스를 갈갈이 찢어(헉!!!)  헤브로스 강에 던져버리고 말죠.
  
   그러고보니 M57은 갈갈히 찢겨진 별의 잔해입니다.
  
   그렇게 M57은 갈갈히 찢겨진 시체라는 현실과 순백의 가락지라는 상상을 동시에 담고 있는 천체죠. 
   
  


4. 시인의 위대한 갈무리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타르타로스의 출구를 코앞에 맞닥뜨린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면서

   절정을 맞습니다.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에우뤼디케는 다시 하계로 되끌려 들어갑니다.
   둘은 서로 팔을 내밀었으나 허공을 휘젖는데 그치고 말죠.
  
   에우뤼디케는 '이제 최후의 이별입니다. 안녕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되끌려들어갔다고 시인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은 너무나 가혹한 조건입니다.
  
   정말 사랑하는 이를 뒤에 두고 있다면 그 순간에 누구라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뒤돌아보지 않을 사이라면 애초에 타르타로스에 발을 내딛지도 않았겠죠.
  
   즉, '아내를 내어줄테니 저승을 벗어날때까지 뒤돌아보지 말게.'라는 하데스의 경고는
   '아내를 절대 데려갈 수 없네.'라는 말과 다를바 없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하데스 비겁한 쉐리.....
   


   신화를 보다보면 늘상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신화란 신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신의 행패를 고발하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신'이라는 절대자에게 억눌려 마치 신을 찬양하는듯 하지만
   이 절대자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악행을 저지르는지 알리고 싶었던 

   위대한 시인들의 장치라는 생각이 들죠.
  
   그리스 신화를 가만 보면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는 하나같이 비겁하고 한심하기 그지 없는 삼형제입니다.
  
   끝없는 뻘짓을 하다가 어쩌다가 봐줄만한 일을 하는데 이 때 제우스가 그나마 봐줄만한 일을 한거라면
   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하늘에 올려 에우뤼디케의 손가락을 장식했던 가락지와

   영원히 함께 머물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기 '봐줄만하다'교 표현한 이유는  아름답긴 하지만 사실 그닥 영양가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대한 시인은 신의 맹탕한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랑의 주인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에게 걸맞는 결론을 내려줍니다.
  



   "망령이 된 오르페우스는 다시 또 타르타로스에 내려가
    거기서 에우뤼디케를 찾아내자 열렬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같이 행복에 취해 들판을 거닐었다.
    때로는 그가 앞서기도 하고 때로는 그녀가 앞서기도 하면서.
    오르페우스는 이제는 부주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하여

    벌을 받을 염려도 없이 마음껏 그녀를 바라보았다."






별지도 출처 : http://www.iau.org/public/themes/constellations/



댓글 2

  • 정성훈
  • 2016.07.02 16:10

좋은 글 고맙습니다.    거문고 자리를 보면 글이 많이 생각나겠어요.^^


  • 이강민
  • 2016.07.03 23:29

감사합니다. 

거문고 자리는 작은 별자리이지만

이름도, 이야기도, 별도, 딥스카이도 모두 아름다운 별자리인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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