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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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별여행 - 지식의 정수|

  • 이강민
  • |조회수 : 2649
  • |추천수 : 0
  • |2016-05-27 오전 12:07:24

 1. 지식의 보고.



   2015년 3월 21일은 제가 메시에 마라톤이라는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날입니다.
   당시 저는 이제 막 가이드 망원경에 기준별을 집어 넣고,

   대상을 찾아 엉금엉금 느릿느릿 손별찾기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정 시간에 많은 대상을 빠르게 찾아보는 별보기는 그닥 바람직한 별보기 방법은 아닙니다만,

   초보 별지기에게는 아주 유용한 별보기 방법이 될 수 있죠.
   그 유용성을 저는 첫번째 메시에 마라톤에서 직접 겪었습니다.
  
   새벽 4시 경이었습니다.
   상하좌우가 뒤바뀌어 보이는 가이드망원경에서 '방향이 아닌 별을 따라가라!'라는

   이론에 충실한 별보기를 계속하다보니 

   어느 순간 머리속에 더 이상 이론이 아닌 느껴지는 손별찾기가 되더군요.
  
   별을 보는 취미를 가진 별지기로서 정말 보람이 되는 점 중 하나라면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경험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 3월 21일 새벽 4시경에 저는 손별찾기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꾸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면 하늘은 그만큼의 별을 내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때 그 앎을 선사해 준 지점이 바로 뱀자리와 뱀주인자리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별지도를 보며 마음편하게 대상을 찾아갈 수 있는 앎을 터득한 곳이

   바로 뱀자리 및  뱀주인자리인 셈인데,
   잘 아시다시피 뱀은 전통적으로 지식과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뱀자리는 지금도 무언가 통찰을 주는 천체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진 1> 뱀자리와 뱀주인 자리는 6월의 남쪽 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2. 뱀자리가 품고 있는 지식의 샘.
 
    뱀자리와 뱀주인자리는 다소 특이한 별자리입니다.



    뱀주인자리는 마치 남쪽 하늘의 마차부자리마냥 선명하고 길쭉한 오각형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별자리죠.
    이 자리는 독립된 별자리이긴 하지만, 허리 뒤로 돌아들어가는 뱀자리가 있어야만

    '뱀주인'이라는 이름이 성립되는 별자리입니다.



    반면 뱀자리는 뱀주인 따위는 없어도 그 자체로 엄연한 하나의 별자리가 되죠.
    문제는 이 뱀자리가 뱀주인 때문에 두 영역으로 갈라진 유일한 별자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뱀주인은 뱀때문에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는데, 그 보답이 뱀을 싹뚝 잘라버리는 것이라니...
    제가 보기엔 뱀보다 사람이 나쁜거 같아효.....



    어쨌든 뱀자리는 두 영역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어떤 천체를 말할 때 그 천체가 뱀자리에 있다면
    반드시 뱀머리(SERPENS CAPUT)에 있는지 뱀꼬리(SERPENS CAUDA)에 있는지를 구분해 주어야 합니다.



    2-1. M5 : 허물을 벗어 청춘을 되찾다.







    사진 2> 뱀자리 머리영역에 자리잡고 있는 M5는 그 나이가 130억 살로서

                가장 오래된 구상 별무리 중 하나입니다.
                사진 출처 : 정성훈 홍보부장님의 블로그
                                 구로별사랑의 일상기억 (http://blog.naver.com/arstar1/80210663853)
   
    제주도에 이민을 가는 '육지것'들이 접하는 경험 중에서 가장 커다란 공포가

    마당 한구석에서 뱀 허물을 발견하는 것이라더군요.
    발견되는 허물이 무지 크답니다.

    그 허물의 주인공은 어디 있는 걸까요? ^^;;;
   
    뱀은 허물을 벗는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불사의 신령한 생명체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뱀자리 머리영역에 자리잡고 있는 구상별무리 M5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요.
   
    구상별무리 중에서 단연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국민 구상별무리라 불리는 헤르쿨레스자리 M13이지만
    이맘때야말로 절대 놓쳐서는 안될 구상별무리가 바로 M5입니다.


    왜냐하면 M5를 본다는 것은 바로 우주의 역사 그 자체를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상별무리의 나이는 우리 우주의 나이에 거의 맞먹는 130억 살에 달합니다.
    또한 폭 165광년에 무려 10만여 개에 달하는 별이 빽빽하게 몰려 있다고 하는데, 
    130억년의 나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빽빽한 별의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신기합니다.


    그건 마치 할머니가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인데요.
    실제 연구용 대형 망원경이 촬영한 M5의 모습은 청실홍실로 다채롭기 이를 데가 없다고 합니다.
   




    Image Credit: HST, ESA, NASA
    사진 3>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M5
    


    파란색과 빨간색의 큰 별들, 그리고 주변의 별로부터 물질을 끌어와서 다시 젊음을 회복하는

    청색낙오별들이 드글드글하여 이처럼 다채로운 색깔이 유지된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M5야말로 허물을 벗으며 영생을 이어가는 신령스러운 뱀자리에 입점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2-2. M16 : 빛을 탄생시키다.





   사진 4> 붉은 빛 속에 그 유명한 창조의 기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창조의 기둥 위쪽으로 몰려 있는 별들이 바로 산개별무리 M16입니다. 
                뱀자리 꼬리 영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정성훈 홍보부장님의 블로그

                                 구로별사랑의 일상기억 (http://blog.naver.com/arstar1/220336673402)        
                              



      제가 성운필터를 사겠다고 벼르고 있는 유일무이한 이유가 바로 창조의 기둥 때문입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어야 창조의 기둥이 그려내는 흔적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창조의 기둥은 많은 일반인들을 천문학자와 같은 지식을 갖게 만든 위대한 천체이기도 하죠.
     
      바로 창조의 기둥에서 별 탄생의 단서가 포착되었기 때문입니다.



      M16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별들의 별폭풍에 깍여나가고 있는 창조의 기둥,
      그리고 그 안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어린 별들의 모습은 정말 현대 과학이 선사해 준

      최고의 우주풍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2015년 1월 5일에 발표된 창조의 기둥의 20년간의 변화를 담고 있는 아래 사진을 보고

      개인적으로 얼마나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찰라에 지나지 않는 순간을 사는 인간이 장대한 우주의 변화를 사진으로나마 눈으로 보게 되다니!
     




      Credit: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
      사진5> 1995년과 2014년에 촬영된 기둥의 변화 양상 비교
     
      이처럼 뱀자리의 창조의 기둥은 현대 인류에게 별탄생의 비밀을 알려준 천체입니다.



      그러고보면 뱀은 그 옛날에도 인류에게 큰 비밀을 하나 알려준 적이 있죠.
    


      2-3. NGC 5972 : 아마추어와 프로의 협업
                                 



     아마추어(Amateur)는 라틴어인 아마토(Amator)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아마토의 영문 명은 'Lover'이고, 우리말로는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즉,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관심을 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마추어인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선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기 전의 미숙한 단계로 여겨집니다.
      사진의 경우엔 그 정도가 지나친 수준입니다.


...중략...
     
      각설하고, 저는 누가 뭐래도 아마추어 사진가로 살고 싶습니다.
      전업 사진가인 까닭에 프로의 면모도 갖춰야 함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일로써 대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사진을 사랑하며,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이 땅의 오늘을 기록한 사진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영원한 아마추어이고 싶습니다.



      사진작가 임재천 선생님께서 쓰신 이 글은 아마추어 천문인을 지향하는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docujay/posts/1019879201399796?pnref=story
     



      저 역시 아마추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죠.
      제 옆의 별지기들 모두가 아마추어입니다. 역시 그 분들 모두 누구보다 '별보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천문인들 역시 '별을 향한 그 사랑'이 '프로가 되기 전의 미숙한 단계'로 치부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뱀자리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협업이 만들어낸 괜찮은 모델 하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Credit: NASA, ESA, and W. Keel (University of Alabama, Tuscaloosa)
      사진6> NGC 5972
     
      15등급의 이 은하는 아마추어의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은하입니다.
      더더군다나 은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초록빛의 먼지 다발 역시 볼 수 없는 구조죠.
     
      그런데 이 초록색의 먼지 다발에는 한니스 부어베르프 (Hanny's Voorwerp)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독일어로 한니의 천체라는 뜻인데 이 구조를 발견한 독일의 학교 선생님

      한니 반 아르켈(Hanny van Arkel)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별지기들의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이 구조를 한니 선생님은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걸까요?
     
      그녀는 은하의 유형 분류를 시도한 대중 프로젝트인

      은하동물원 프로젝트(Galaxy Zoo project)의 참여자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슬로안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the Sloan Digital Sky Survey, 이하 SDSS)에서 수집한
      백만개 이상의 은하 사진을 일반인들의 참여 하에 유형별로 분류한 프로젝트죠.
     
      그녀는 사진에서 몇몇 은하에 나타나고 있는 독특한 구조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프로 천문학자들은 그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죠.
      그 결과 이 구조가 예전에는 알려져 있지 않던 은하충돌로부터 남겨진 은하외곽의 특이한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그 역할을 잘 조율하고 어우러 낼 수만 있다면  저희도 뭔가 멋진 결과를 하나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협업의 지혜 역시 뱀자리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또 하나의 지혜일 것입니다.
     



3. 지식의 정수 - 메멘토 모리
   
    뱀이 가장 극적으로 등장하는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첫번째 편,  창세기에 나오는 바로 이 장면이죠.





    사진 7> 원죄 (구스, 1470년 경, 판, 빈 미술사박물관)
   


    신께서 사람에게 보낸 경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성경, 창세 2, 16~17,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반면 뱀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죠.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성경, 창세 3, 4~5,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그리고 사건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선악과를 따먹고 만 것이죠.
    
     사실 이 부분은 어찌보면 대단히 극적인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상호배타적인 진술이거든요.
    
     그런데 이 두 개 진술이 모두 거짓말이 아님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눈이 열린다'는 게 무엇을 알게 된다는 것인지를 규명하는 것이죠.



     과학이 만개한 오늘날 대상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고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식으로 평가받습니다.

 

     한편 불과 500년 전만 하더라도 최고의 지식은 신과 신의 섭리를 깨닫는데 있었죠.


     '뱀', '알다' 따위의 단어와 그 전승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지식이란 남녀간의 성교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근거와 전승은 충분히 차고 넘치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알게 된다.' 는 것은 바로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눈이 떠지는 과분한 능력을 얻게되면서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되는

      비극적인 지식'이죠.
 
     지식의 본질을 이렇게 이해하면 신의 경고와 뱀의 권유는 다음과 같이 보충할 수 있게 됩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너희는 결코 (그것을 먹는 순간에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이렇게 말을 고치면 신과 뱀 모두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게 되죠. ^^
     
      에덴에서의 추방은 사실 '추방'이 아니라 개척의 시작입니다.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인간은 그것 때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죠.
      바로 그 노력이 개척이 되고, 전쟁이 되고, 예술이 되고, 도덕이 되고, 발전이 됩니다.
     
      그러고보면 진정한 지식의 정수는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 아닐까요?
      인간이 불쌍했던 신은 애써 알려주지 않으려 했으나

      '그래도 알건 알아야지'라고 하면서 뱀이 알려준 그 지식의 정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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