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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별여행  - 그 여인들과 그 남자의 이야기|

  • 이강민
  • |조회수 : 2987
  • |추천수 : 0
  • |2016-04-28 오후 10:24:55

2015년 1월 19일 새벽 두 시 경이었습니다.
제가 그녀의 머릿결을 처음 본 날이 말이죠.



동쪽 하늘에서 천정을 향해 올라가는 베레니케의 머리결이

정말 은가루를 뿌린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직접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작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간송 미술전 때 봤는데요.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한 올 한 올 물결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입니다.



2015년이 시작되는 겨울에는 베레니케의 금빛 머릿결에 빠지고,

2015년이 한창이던 여름에는  미인도의 검은 머릿결에 빠져들었네요.

동서양 대표미인들의 머릿결은, 보는 남정네를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관능미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지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중인 간송문화전 6부에서도 여전히 미인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5월의 밤하늘에서는 베레니케의 머릿결 역시 유유히 하늘 위를 가로질러가죠.










사진 1> 2016년 5월 6일은 임시공휴일입니다 (대끼리~~~~ ^^ )
            저녁 9시, 아크트루스와 목성 사이에서 천정으로 올라가고 있는 머리털자리(노란색 동그라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1. 베레니케의 머리카락을 훔쳐간 범인은 누구인가?



    '베레니케의 머리카락(Coma Berenices)'은 실존 인물인 베레니케 2세 여왕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녀는 기원전 3세기 이집트의 왕이었던 프톨레미 3세의 부인이죠.


     그녀가 결혼하고 얼마 후 프톨레미 왕은 살해당한 누이의 보복을 명분으로 3차 시리아 전쟁을 일으킵니다.


     베레니케는 왕의 안전을 신께 기원하며 왕이 안전하게 돌아온다면 그녀의 삼단같은 머리카락을 신에게

     바치겠다고 기도합니다.



     프톨레미는 승리를 거두었고 수많은 전리품을 거느리고 돌아옵니다.
     베레니케는 약속대로 자신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잘라 아프로디테 신전에 바치죠.



     그런데 얼마 후 베레니케의 머리카락이 없어지고 맙니다.
     왕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애꿎은 신전의 사제들이 고초를 겪습니다.



     이 사건은 궁중 천문학자였던 사모스의 캐논(Canon)에 의해 무마됩니다.
     그는 베레네케의 제물에 감동한 신들이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말하죠.



     그렇게 사건은  무마됩니다만... 
     글쎄요...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 아름다운 여자사람 연구



    머리털자리는 아름다운 여인의 머릿결을 담고 있는 별자리여서 그런지

    아름다운 여인의 특성을 말해주는 밤보석들이 몇 개 존재합니다.
   
    한 번 하나하나 짚어보죠.
   
    첫째. 묘령의 여인 - 알쏭달쏭 알 수 없는 그녀의 나이
   
          머리털자리 알파별인 다이아뎀(Diadem)에서 북동쪽 1도 지점을 보시면

          구상별무리 M53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Image Credit: ESA/Hubble, NASA

        사진 2> M53

                    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20409.html

         
          잘 아시다시피 구상별무리는 우주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별무리입니다.
          당근 할머니 별무리들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M53에서는 파란색의 어린 별들이 발견되면서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구상별무리의 나이에 대한 논쟁이 발생합니다.
         
          결국 이 파란별들은 청색낙오별(Blue Stragglers)이라고 불리게 되는데요.
          이중별에서 좀 더 무거운 별이 짝꿍별로부터 물질을 끌어와 다시 핵융합을 시작하면서 

          회춘한 별일 것이라는 가설이 수립되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여기까지 합의될 때까지 

          천문학자들께서 얼마나들 많이 혼란스러워 하셨을까요?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알쏭달쏭한 묘령으로 뭇 남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줄 알아야 하나 봅니다.

   


    둘째. 미인은 잠꾸러기 - 호....혹시...나의 키스가?

    
          머리털자리 알파별에서 감마별을 향해 3분의 1정도를 움직이면

          4.9등급의 노란색 별 하나(머리털자리 35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1도 지점에서 잠들어 있는 미녀를 만날 수 있죠.

         

          바로 M64입니다.

         
          M64는 검은 눈 은하(the Black Eye Galaxy) 또는 잠자는 미녀 은하(the Sleeping Beauty Galaxy)로

          불리곤 하는 은하입니다.
         




          사진 3> M64
          출처 : http://blog.naver.com/arstar1/80210663853


          이 사진은 정성훈 홍보부장님께서 2014년 4월 5일 강화도 강서중학교에서 촬영하신 M64 입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고 정말 무릎을 탁!!! 쳤어요.
          딱 바로 다소곳이 감은 눈이 보이지 않나요?
         
          다소곳하게 감은 눈과 짙은 속눈썹을 보여주는 이 은하를 보면 정말 편안히 자도록 지켜주어야 할지

          아니면 깨워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깨워주려면 저의 뽀뽀가 필요한 걸까요?  ^^;;;
         
          미녀는 잠꾸러기라는데 은하까지 이러는거 보면 그게 맞는 말인가봐요.
             



    셋째. 주도권은 과연?
   
          머리털자리 베타별에서 감마별 쪽으로 접어들어가면 반짝이는 베레니케의 황금빛 머리결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은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9.2등급의 장대한 은하 NGC 4725인데요.







                 Image Credit & Copyright: Martin Pugh
          사진 4> NGC 4725

          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50416.html
         
          이 은하는 외팔이 은하입니다.
          나선은하임에도 나선 팔이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은하죠.
         
          문제는 과연 외팔이 나선 은하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느냐에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이 나온다는군요.
          이 나선팔이 은하전체의 회전에 끌려 가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이 나선팔이 은하 전체의 회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까 모르는거죠.
          내가 그녀를 끌어주고 있는 건지, 그녀가 날 끌고가고 있는 건지...
         
          아! 물론 저는 끌려가는게 좋아요. ^^
   
   
    넷째. 맵시 쩌는 그녀  그러나...
   
           혹시 머리카락은 됐고 정말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겠다고 처녀자리로 발길을 돌리신다면
           처녀자리 경계부에 다다르기 바로 전 한 번 만나볼만한 은하가 있습니다.
   
           맵시 쩌는 은하 NGC 4651입니다.






         Image Credit & Copyright: R Jay Gabany (Blackbird Observatories)
         Collaboration: C.Foster (Australian Astronomical Obs.),

                             H.Lux (U. Nottingham, Oxford), 
         A.Romanowsky (San Jose State, UCO), D.Martinez-Delgado (Heidelberg), et al.
           사진 5> NGC 4651
           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40702.html



           이 은하는 양산을 들고 있는 정말 독특한 은하입니다.
           거리는 6천 2백만 광년 10.7등급이긴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은하가 들고 있는 양산의 모습은 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촬영한다면 깜찍한 양산을 이렇게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네모 속 사진은 NGC 4651에게 잡아먹히고 남은 작은 은하의 중심핵이라고 하네요.
   
           헉...
           아름다운 여자 사람들은 이렇게 무서운 건가요? ^^;;;
   



3. 한 남자의 순정.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어느 대저택에 어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많은 노예들을 거느린 대저택이었지만 늘 정치적인 일로 바빴던 야망 가득한 부모님으로 인해

    소녀는 혼자일 때가 많았죠.
   
    그 때 소년이 다가옵니다.

    그 소년은 이 대저택에 있는 노예의 아들이었지만 총명했고,
    의젓하게 그녀를 배려해 주면서 외로운 소녀를 늘상 기쁘게 해줬죠.
   
    어느날 소녀는 말합니다.
    자기가 크면 소년에게 시집을 갈거라고 말이죠.
   
    소년은 말합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그러자 소녀는 절대로 그렇게 될거라면서 뒷산 올리브 나무로 올라가 자신의 약속을 담은 상자를

    나무 아래 묻습니다.
   
    소년은 말하죠.
    소녀의 마음이 변하든 변하지 않든, 자기가 소녀를 지켜주겠다고 말입니다.
   
    시간은 흘려 소녀는 어엿한 여인이 되었고,  왕의 여인으로 간택됩니다.
    물론 이 여인은 옛날 뒷산 올리브 나무 밑에 심은 상자도, 소년의 존재도 잊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소년은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왕궁의 노예가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노예의 총명함을 알아본 궁중 천문학자 캐논의 시종으로 일 하게 되죠.
   
    왕이 전쟁에 나갈 때, 노예는 걱정이 가득한 왕비를 봅니다.
    노예는 왕비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도 전쟁에 나가서 왕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캐논에게 부탁하죠.
   
    캐논은 알게 됩니다.
    이 영특한 노예가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인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를 왕의 군대에 넣어주죠.
   
    프톨레미 3세 왕은 셀류쿠스 왕국을 무자비하게 약탈합니다.
    그런데 적국의 모든 금은보석을 챙기는데 혈안이 된 왕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외딴 보물창고까지 욕심에 이끌려 간 왕을 적의 왕궁 경비병들이 둘러싸죠.
    이 때 이름모를  군인 하나가 뛰어듭니다.
    그는 왕에게 날아드는 칼과 화살을 자신의 방패와 온몸으로 막아냅니다.
    그제서야 들이닥친 프톨레미의 친위대에 의해 왕은 간신히 목숨을 건지지만

    이 이름모를 군인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죠. 

    
    왕은 산더미같은 금은보화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개선합니다.
    살아돌아온 왕을 보고 기뻤던 왕비는 약속대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아프로디테의 신전에 바치죠.
   
    하지만 궁중 천문학자 캐논은 그 머리카락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소년과 소녀의 추억이 묻힌 올리브 나무아래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져가서 함께 묻습니다.
    그리고 소년에게 말하죠. 그대의 소원대로 왕비가 기뻐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머리털 자리에는 지금도 베레니케 여왕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머리카락을 지켜주려는 듯이 알파, 베타, 감마별이 감싸고 있죠.
    아마 이 별 3개는 소녀를 지켜주고자 했던 소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3

  • profile
  • 최봉규
  • 2016.04.29 19:10

아~! 일부러라도 머리털자리를 꼭 찾아봐야겠군요... 그 소년을 위하여.

  • 박미경
  • 2016.05.01 14:37

가슴시린 이야기네요 머리털 자리이야기는 몰랐는데 잘 읽었습니다.^^

  • 정성훈
  • 2016.05.08 17:32

저의 허접한 사진을 좋은 글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갈증의 대상인 머리털자리와 어서 친해져야 할 텐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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