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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별여행 - 파괴의 흔적과 창조의 흔적|

  • 이강민
  • |조회수 : 2459
  • |추천수 : 0
  • |2016-03-31 오후 11:39:04

천문지도사의 노트 열세번째 이야기 : 4월의 별여행 - 파괴의 흔적과 창조의 흔적




1. 모두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별지기.


     4월은 곰의 계절로 불립니다.
     초저녁부터 밤새 높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큰곰자리에 모두 주목하는 시기이죠.
  
     큰곰자리가 차지하고 있는 밤보석이 너무나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리별(Asterism)의 왕, 북두칠성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4월엔 누구나 큰곰자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주위의 모든 별지기들의 망원경이 북쪽을 향하고 있을 때,
     뭔가 색다른 여행을 해 보고 싶은 별지기시라면 남쪽으로 망원경을 돌려보시기를 권합니다.
 




사진 1> 우리 중에 간첩이 있는 것 같아....
               대중과 다른 각도의 눈을 가지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게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죠.
              사진출처 : 2001년 동양증권 광고 중 (유튜브 스크린샷).
          
  

     그러면 당신은 큰곰자리보다도 더 큰, 아니, 88개 별자리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바다뱀자리(Hydra)를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4월은 바로 이 거대한 요르문간드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전히 만나볼 수 있는 시기이죠.
  
 


2. 파괴의 이야기.
  
    인도의 리그베다에 의하면 브리트라(Vritra)는 어둠과 구름, 그리고 가뭄을 상징합니다.
    브리트라의 정체는 바로 세상의 모든 물을 가두고 있는 거대한 뱀이죠.
    이 거대한 뱀이 세상의 모든 물을 가두고 풀어주지 않는다면
    삼라만상은 모두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인도에서 동지는 세상의 모든 것이 메말라 있는 시기입니다.
    이 때에 브리트라는 밤하늘에 높이 올라 하늘은 물론 이 세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듯이 보이죠.



 



   사진 2> 알마게스트에 기록된 고대의 별자리 48개를 기록한 도판 중 남반구 별자리
                 (1515년 알브레크트 뒤러의 별자리도판)
                남반구의 하늘에서 무려 90도의 폭으로 뻗어있는 뱀은 북반구에서 동지에 가장 높이 떠올라
                마치 하늘과 땅을 온통 장악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바다뱀자리는 고대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존재하던 별자리로
                하늘의 적도를 표현하기 위한 별들을 표시한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브리트라가 하늘을 온통 장악하고 있는 이 때는 이세상에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생명체는 혹독한 시기를 견뎌내야 하죠.       
  
    그러나 모든 신화에서 거대한 악은 영웅의 탄생을 정당화 해주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리그베다에서는 이 시점에 인드라(Indra)라는 신을 등장시킵니다.
  

    인드라는 가뭄과 어둠의 악마를 징벌하는 천둥신으로서 브리트라가 가두고 있는 물길을 터놓을 때까지
    벼락을 내리며 브리트라의 몸을 꿰뚫습니다.
    결국 브리트라는 퇴치되고, 이 세상에 생명의 비가 흡족하게 내리게 됩니다.
  
    인도에서 세상의 모든 생명을 보듬어내는 장마가 시작되는 때는 바로 하지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하지 때 태양은 바다뱀의 머리위에서 이글이글 빛을 쏟아내고 있죠. 
  
    이 시기는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브리트라를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이 거대한 뱀이 제거되고 만 것이죠.





    
    사진 3> BC 4000의 하지 즈음.
                  태양에 의해 제거된 거대한 뱀은 낮이든 밤이든 더 이상 그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인도에서는 바로 이때 장마가 시작되면서 세상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죠.
 


    즉 어둠은 빛에 의해 정복당하고, 브리트라는 인드라에 의해 제거되었으며
    이 세상은 생명의 비를 맞고 새로운 생명을 보듬어 낼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이 지금 4월의 밤하늘에서 만나게 될 바다뱀은  바로 이 처절한 싸움을 불과 2개월 여 앞둔
    바다뱀의 모습입니다.
  
  
  
3. 파괴의 흔적


    바다뱀자리에는 총 3개의 메시에 천체가 있습니다.
    산개별무리 M48과 구상별무리 M68, 나선은하 M83이 그 주인공들이죠.
    특히 나선은하 M83은 여러분이 큰곰자리 대신 바다뱀자리를 선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 주는 은하입니다.
  
    큰곰자리 부근에 이른바 바람개비 은하라 불리는 M51이 있다면 

    바다뱀자리에는 남쪽 바람개비 은하라 불리는 M83이 있기 때문이죠. .
  
    4만 광년의 지름을 가지고 있어 그 크기는 미리내 크기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1,200만 광년이라는, 우주적 스케일로 봤을 때 상당히 가까운 거리로 인해
    M83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잡아낼 수 있는 기회를 별지기들에게 제공해 주는 은하입니다.


 





   사진 4> 정성훈 홍보부장님께서 2014년 4월 6일 강화도 강서중학교에서 촬영하신 M83은하의 아름다운 모습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arstar1/80210663853



    하지만 이 작고 아름다운 은하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파괴의 일상성입니다.
  
    은하끼리의 충돌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채 반세기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은하 역시 50억년 이내에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 된지 오래고
    거대한 은하가 작은 은하를 집어삼키며 몸집을 불려나가는 우주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것 역시
    이젠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입니다.
  
    그런데 게중에는 자신의 동족을 꿀꺽 집어삼키고서도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는 은하들이 있습니다.
  
    조각칼로 다듬어낸 것 같은 선명한 핵과 유려한 두 개의 나선팔을 가지고 있어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은하 M83이 바로 그 은하 중 하나죠.
  
    M83은 잔인한 파괴를 저지르고, 일체의 흔적을 지워버린 완전범죄를 꿈꾸는 은하입니다.
    하지만 그 파괴의 증거가 허블우주망원경과 쓰바루 망원경, ESO의 VLT를 비롯한 첨단 수사대에 의해
    밝혀지고 맙니다.
    바로 이 사진이 첨단 망원경 수사대가 밝혀낸 증거사진이죠.




 Image Credit & Copyright: R. Gendler, D. Martinez-Delgado (ARI-ZAH, Univ. Heidelberg) D. Malin (AAO), NAOJ, ESO, HLA - Assembly and Processing: Robert Gendler
    사진 5> 카니발리즘의 흔적이 발견된 M83
  

    아름다운 M83 위로 거대한 별내(Star Streams)가 포착되었는데,
    이 별들은 M83에 희생된 은하가 집어삼켜질 때 뿔뿔이 흩어져 나온 별들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사진을 통해 M83이 그 옛날 은하의 카니발리즘에 동참한 은하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이 정도면 M83이 매해마다 파괴되는 거대한 뱀, 브리트라의 품속에 안겨있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4. 새로운 탄생.


     그러나 또 한 번 아이러니하게도 이세상의 모든 파괴는 새로운 창조로 연결됩니다.
  
     대립과 파괴의 이야기가 난무한 바다뱀자리에도 새로운 생명이 보듬어지고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
     존재하죠.
     바로 새로운 행성을 보듬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다뱀자리 TW별이 그 주인공입니다.






Credit: NASA, ESA, and Z. Levay (STScI/AURA)
    사진 6>  바다뱀자리 TW별의 원시행성원반
  
    바다뱀자리 TW별(TW Hydrae, TW Hya)은 176광년 거리에 있는 11등급의 별입니다.
    관측을 위해서는 상당히 도전이 필요한 별이죠.
  
    물론 이 별을 망원경 시야에 넣는다고 해서 사진 6>에서처럼 행성 형성이 진행중인 원반을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내 눈 앞에 행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신다면
    왠지모를 가슴 뿌듯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바로 그 가슴 뿌듯함은 176광년이라는 억겁의 세월이 순간적으로 당신의 가슴속에 담겨지면서 느껴지는
    것입니다!
 



Credit: NASA, ESA, and A. Feild (STScI)
    사진 7> 바다뱀자리 TW별의 행성원반과 태양계의 비교
  

    혹시 압니까?
    그 망원경 너머에 담긴 그 별 주위 어딘가에서 지금 우리쪽을 향해 망원경을 향하고 있을
    바다뱀자리의 인류가 있을지 말입니다.
 



4월이 되면 바다뱀자리를 한 번 만나보세요.


충분히 고도가 높지 않아서 보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겠지만, 넉넉한 바다뱀이 머리든 꼬리든, 어느 한 부분이든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바다뱀을 만나거든, 우리에게 비를 내려주기 위해 매년마다 희생을 거듭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따끔한 말 한 마디도 해주세요.


시치미 떼지 말라고요. M83에겐 말입니다. ^^
 



                                     천문지도사의 노트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1주차 : 별빛툰.
                                     2주차 : 별자리이야기
                                     3주차 : 월간천문뉴스 브리핑
                                     마지막주차 : 다음달의 별여행 안내
                                     - 한 달이 5주인 경우 4주차에 별보는 장비 이야기.



by 이강민 천문지도사. ^^
https://www.facebook.com/novanomad
http://blog.daum.net/big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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